About

이 블로그를 왜 쓰는지

 

허리디스크가 터지고 나서, 처음 한 일이 검색이었어요.

 

“디스크 탈출 자연 치유”, “수술 안 하고 낫는 법”, “디스크 회복 기간” —
새벽 3시에 침대에 누워서, 시큰한 허리 때문에 잠도 못 자면서, 핸드폰 화면만 쳐다봤어요.
검색 결과에 나오는 글들은 두 종류였어요.
하나는 병원 광고. 하나는 “이러면 낫습니다!” 식의 근거 없는 글.

 

둘 다 도움이 안 됐어요.

 

병원 광고는 결국 “우리 병원 오세요”였고, 자극적인 글들은 읽고 나면 오히려 불안해졌어요.
정작 제가 알고 싶은 건 단순했거든요.
“지금 내 상태에서 뭘 할 수 있고, 뭘 하면 안 되는 건지.” “이게 얼마나 걸리는 건지.” “왜 이렇게 된 건지.” 이런 걸 겪어본 사람의 말투로, 연구 근거를 곁들여서, 솔직하게 알려주는 글이 없었어요.

 

그래서 직접 쓰기 시작했습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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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 허리디스크와 아토피를 같이 다루는지

 

이상한 조합이죠. 정형외과 질환이랑 피부과 질환을 한 블로그에서?

 

근데 저한테는 같은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거든요.
허리가 아파서 못 움직이는 동안 아토피가 악화됐어요.
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면 허리는 좀 나아지는데 피부가 더 나빠졌어요.
스트레스를 받으면 허리도 아프고 피부도 긁었어요.

 

이걸 따로 따로 관리하다가,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.
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고리가 있다는 걸. 염증이에요.
같은 염증 스위치가 디스크를 갉아먹으면서 동시에 피부를 공격하고 있었어요.

 

그래서 항염 식단이 허리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은 거였어요.
스트레스 관리가 둘 다에 효과가 있는 것도 같은 이유였고요.

 

“같은 살충제로 두 집의 흰개미를 잡는다” —
이 블로그에서 자주 쓰는 비유인데, 이건 비유가 아니라 제 경험이에요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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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 진화 이야기를 하는지

 

이 블로그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이 아마 진화 이야기일 거예요.
허리디스크 블로그에서 왜 뇌의 진화를 다루고, 지속 사냥을 다루고, 흉터 복구의 진화적 이유를 다루는지.

 

이유는 하나예요.
“왜 나만 이래”에 대한 답이 거기 있기 때문이에요.

 

디스크로 누워 있으면 자책을 해요.
“운동을 안 해서 그래”, “자세가 나빠서 그래”, “살이 쪄서 그래.” 저도 그랬어요.
근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, 이게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.

 

인간의 척추는 직립보행에 최적화되지 않았어요.
600만 년 전에 네 발로 걷던 구조를 두 발로 세운 거예요.

 

디스크가 취약한 건 설계 결함이에요.
디스크가 재생이 안 되는 건, 암을 막기 위해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에요.
살이 찌는 건, 큰 뇌를 먹이기 위한 에너지 보험이 현대에 과잉 작동하는 거예요.

 

이걸 알면 자책이 줄어요. 자책이 줄면 스트레스가 줄어요.
스트레스가 줄면 디스크가 좀 더 편해져요.

 

진화 이야기는 “재밌는 교양”이 아니에요. 자책을 멈추기 위한 도구예요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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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블로그의 원칙

 

겪어본 사람의 말투로 씁니다. 의사가 아니에요. 환자예요. “실제로 겪어보니까~”가 먼저 오고, 연구가 왜 맞는지 경험으로 확인하는 순서예요.

 

비유로 설명합니다. “NF-κB 매개 염증 반응의 만성화”라고 쓰면 아무도 안 읽어요. “흰개미가 디스크를 갉아먹는다”고 쓰면 한 번 읽으면 안 잊어요. 전문 용어를 없애는 게 아니라, 일상의 옷을 입히는 거예요.

 

단정하지 않습니다. “이 운동을 하면 낫습니다”는 안 써요. “많은 분들에게 잘 맞는 시작점이지, 모든 환자의 정답은 아닙니다”라고 써요. 이 블로그의 모든 글은 “담당 의사에게 확인하세요”로 끝나요.

 

자책을 하지 않도록 씁니다. 허리가 아픈 건 잘못이 아니에요. 아토피가 있는 건 잘못이 아니에요. 우울한 것도 잘못이 아니에요. 병은 관리하되, 자기를 공격하지 마세요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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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블로그가 드리는 것과 드리지 못하는 것

 

드리는 것: 겪어본 사람의 경험, 연구 근거, 쉬운 비유,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정보.

 

드리지 못하는 것: 의학적 진단, 처방, 개인 맞춤 치료 계획. 그건 MRI를 찍고, 당신의 몸을 직접 본 의사만이 할 수 있어요.

 

이 블로그를 읽고 “아, 이런 거였구나” 하고 이해가 생기면, 다음 병원 방문 때 의사에게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거예요.
그게 이 블로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.

허리가 아프고, 피부가 가렵고, 마음이 어두워지는 밤에 — 이 블로그가 옆에서 “나도 그랬어”라고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.